"프리즈 밖도 뜨겁다"…맨해튼 갤러리 작가 서울 '총출동'

입력 2022-08-31 17:51   수정 2022-09-01 11:32

나무와 갑오징어 뼈로 만든 지팡이가 허공에 매달려 있다. 오래된 누빔이불처럼 여러 색깔의 천이 바느질로 연결돼 있는가 하면 그 옆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형문자가 적혀 있다. 서울 화동 송원아트센터에 전시돼 있는 이 작품들은 겉으로 보면 중구난방이다.

하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담았다는 점.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 서울의 개막을 맞아 한국을 찾은 티나킴, 앤드루 크랩스, 보르톨라미 등 뉴욕 유명 갤러리들이 소속 작가들의 작품으로 합동전시회를 열었다. 프리즈 기간(2~5일)이 끝난 뒤에도 미술 애호가들이 서울에서 프리즈의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시회의 타이틀은 ‘누적효과(The Cumulative Effect)’다. 전시회를 주도한 티나킴갤러리의 이단지 디렉터는 “거대한 미술사조나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작가 개인의 경험이 삶에 축적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에 참여하는 총 12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필리핀계 미국인인 파시타 아바드의 ‘아이 원트 섬싱 인 옐로’(1990년)는 이민자로서 살아온 삶을 다양한 색깔의 천에 담았다. 그는 필리핀의 독재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옮긴 뒤에도 개발경제학자인 남편을 따라 인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태국 라오스 대만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아바드는 이 기억을 바탕으로 캔버스를 감싸고 있는 천을 서로 다른 색깔로 칠해서 꿰맸다. 그 위에는 각국에서 구한 단추 조개 비즈 등으로 장식했다.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이곳저곳 떠돌던 자신의 삶을 천을 꿰매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시장 곳곳에 있는 지팡이는 임민욱 작가의 작품이다. 1950년 6·25전쟁 초기 일어났던 보도연맹사건의 피해자 유품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왔다. 임 작가는 수년간 6·25전쟁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연구해왔다. 거칠고 구불구불한 지팡이엔 피해자들의 고독과 슬픔, 분노가 담겨 있다. 중국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허샹위는 ‘더 팔레트 원더’(1986년)에서 새로운 언어를 발음할 때마다 바뀌는 자신의 입천장 구조를 회화로 표현했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유네스코상을 받은 이집트 여성 작가 가다 아메르의 첫 청동 조각 시리즈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여성의 누드 이미지는 남성의 대상화일 뿐’이라는 의견에 정면으로 맞선다. 여성의 누드화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주체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메르가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이유다. 그는 종이박스 위에 점토를 붙인 뒤 왁스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청동 쇳물을 부어 굳혔다.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시는 9월 15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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